내화리의 교훈을 잊었는가, 내화리의 교훈을 잊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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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26-09-11 08:54본문
지난 7일, 필자는 울산지역 모 신문사 대표와 카메라 기자와 함께 제보 현장을 확인하기 위해 CJ대한통운이 운영하는 울산항 석탄 하역장을 찾았다.
울산아트포커스는 문화예술을 전문으로 다루는 신문이다. 처음 제보를 받았을 때만 해도 본지의 전문 분야와 다소 거리가 있다고 생각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그러나 제보자가 보내온 사진과 여러 정황을 살펴보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석탄 하역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비산먼지와 오염수 유출 의혹은 문화예술의 영역을 넘어 시민의 건강과 울산의 환경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언론은 시민의 알 권리를 위해 현장을 확인하고 질문해야 한다. 이에 사실관계를 직접 확인하고 관계기관의 입장을 듣기 위해 취재에 나섰다.
그러나 현장에 도착한 뒤 처음 마주한 것은 환경문제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출입 절차와 무단출입 여부를 둘러싼 실랑이였다. 사업장 안전과 보안을 위해 출입을 통제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취재진 역시 정당한 출입 절차를 따라야 한다. 하지만 문제를 제기한 취재진에게 현장의 상황을 성실하게 설명하고 취재 절차를 안내하는 자세는 부족해 보였다.
대기업의 이름을 걸고 운영하는 현장이라면 시민과 언론의 문제 제기에 더욱 책임 있게 응대해야 한다. 출입을 통제하는 것과 질문에 답하지 않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취재진은 통제로 인해 하역장 안쪽까지 들어가 시설을 확인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입구 주변에서부터 관리 실태를 점검할 필요가 있어 보이는 여러 정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현장 내부의 오염 여부와 오염수가 바다로 유입되는지는 관계기관의 조사와 객관적인 수질검사를 통해 밝혀져야 한다.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섣불리 단정해서도 안 되지만, 제기된 의혹을 그대로 방치해서도 안 된다.
취재진은 CJ대한통운 현장 사무실에 공식적인 취재 협조와 설명을 요청했다. 담당자는 하루 뒤 답변하겠다고 했지만 약속한 시간이 지나도록 별도의 연락은 없었다. 문제가 없다면 관리 현황과 방지시설, 점검 결과를 투명하게 설명하면 될 일이다. 답변이 늦어질수록 시민의 의혹은 오히려 커질 수밖에 없다.
이후 해양수산 관련 사무실을 방문해 사안의 심각성을 전달하고, 해양파출소에도 해당 문제가 담당 업무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질문했다. 남구청 환경 담당 부서에도 현장 상황과 제보 내용을 설명했다. 담당 부서는 다시 현장을 지도·점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시민이 원하는 것은 단순히 “현장에 한번 다녀왔다”는 답변이 아니다. 무엇을 확인했는지,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개선명령이나 행정조치가 필요한지, 오염수와 비산먼지는 어떤 방식으로 관리되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이번 일을 지켜보며 울주군 내화리 환경오염 사태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청정지역이 각종 폐기물과 오염 문제로 몸살을 앓았고, 특히 그곳은 태화강 물줄기가 시작되는 지역과 맞닿아 있어 울산시민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사전에 제대로 관리하고 점검했다면 피해와 불안을 줄일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아쉬움이 지금도 남아 있다.
그런데 이제는 울산의 바다를 두고 석탄 분진과 오염수 유입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사실이라면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반대로 사실이 아니라면 사업자와 관계기관이 객관적인 자료를 제시해 시민의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
환경문제는 사고가 난 뒤 수습하는 것보다 사전에 막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석탄 하역장에는 비산먼지 방지시설이 제대로 설치되고 작동하는지, 작업장 오염수가 적정하게 모이고 처리되는지, 저수조와 배수시설이 정상적으로 관리되는지에 대한 지속적인 점검이 필요하다. 바람이 강한 날의 작업 기준과 주변 민원에 대한 대응체계도 함께 공개돼야 한다.
CJ대한통운에도 묻고 싶다. 현장에서 제기된 환경 관련 민원과 의혹을 본사와 책임자가 알고 있는가. 비산먼지와 오염수 방지를 위해 어떤 시설을 운영하고 있으며, 최근 점검 결과는 어떠한가. 취재진의 공식적인 질문에 답변하지 않는 것이 과연 대기업에 걸맞은 태도인가.
관계기관에도 묻는다. 현장 방문과 형식적인 지도만 반복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실제 수질과 배출시설을 검사했는가. 위반사항이 발견됐다면 어떤 조치를 했으며, 문제가 없었다면 그 근거는 무엇인가. 시민에게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할 의향은 있는가.
공무원에게 지도·단속 권한이 주어진 이유는 사업자에게 방문 사실을 알리고 돌아오기 위해서가 아니다. 시민의 생명과 건강, 환경을 지키기 위해 현장을 제대로 확인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라는 뜻이다.
울산시민은 무엇을 믿고 살아야 하는가. 기업의 자율적인 관리만 믿어야 하는가, 아니면 관계기관의 “점검했다”는 말만 믿어야 하는가. 신뢰는 말이 아니라 객관적인 검사와 공개된 결과, 책임 있는 조치에서 만들어진다.
이번 사안이 또 하나의 ‘내화리 사건’으로 커지지 않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업과 관계기관이 지금이라도 제기된 의혹을 철저하게 조사하고 그 결과를 시민 앞에 밝혀야 한다.
본지는 CJ대한통운과 관계기관의 공식적인 답변을 기다린다. 현장 관리 실태와 지도·점검 결과가 확인되는 대로 시민들에게 후속 보도할 것이다.
[뉴스링크 동행사 울산아트포커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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